The end is just another beginning

Thu 21 December 2017

The Last Moment

2017년을 마지막으로 스마트스터디를 퇴직한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결재 양식으로 작성된 사직서와 공동대표 및 등기이사 사임 문서에 자필로 서명하는 일은 아무래도 낯선 일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 마음은 무겁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지난 시간 동안 많은, 다양한 일이 있었고, 이제는 내가 보탬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여 떠나는 것뿐이다.

회사와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삶 자체가 그 안에 매몰되어 마치 인생의 전부인 양 생각되기 쉽다. 직원으로 일했던 회사에서도 그러기가 쉬운데, 공동창업자로 시작했던 회사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일이 곧 삶이 된다. 지난 몇 년간 그랬었고, 그 때문에 객관성을 잃어버리며 동료와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힘듦에 내 책임이 크고, 한 분 한 분에게 인사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해 더 죄송하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정리하여 남기고 싶은 말이 많지만, 개인적인 부분이 많아 저장소와 회선을 낭비해가며 남기고 전할 만큼 의미가 있지 않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창업하며 겪었던 일 중, 창업한다면 대체로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것에 대한 의견을 남겨본다.


공동창업은 좋은가

기본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일단 창업하고 나면 기쁜 일보다는 힘든 일이 훨씬 더 많기 마련인데, 정말 힘들 때 등을 맞대고 고민을 함께할 수 있는 상대는 배우자나 친구보다는, 아무래도 맥락을 더 많이 이해하는 다른 공동창업자일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것이 비슷한 사람보다, 싫어하는 것에 공통점이 있는 사람과 창업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너무 쉽게 달라진다. 하지만, 사회에 바꾸고 싶은 것이 있거나 기존 산업에서 싫은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더 오래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갈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사람과 공동창업하는 것도 잘 모르겠다. 일이 잘 될 때는 자기가 잘해서라고 생각하고, 잘 안될 때는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게 인간이다. 핵심 역량을 같이 고민하고 서로 성장에 도움 될 수 있는 사람이 공동창업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창업가가 가지고 있지 못한 능력은 이후에 정말 필요해질 때에 다른 사람을 채용하거나 외부 회사를 통해 보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알릴 것인가

스스로 필요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사업은 일단 본인이 미친 듯이 쓰면서 주변의 가까운 사람에게 알리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개밥 먹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많은 경우 주변 사람들은 일반적인 지표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불필요하게 주변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최선의 매체를 통해서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홍보를 시도해보고 빠르게 실패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좋을 것 같다.

회사 이름은 어떻게 정할까

준곰(@joongom)님과 며칠 전에 얘기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조직의 문화에 대한 지향점을 이름에 넣는 편이 좋은지, 서비스나 제품을 담는 게 좋은지 늘 고민이 된다. 어떻게 일하면 좋을까를 고민해서 회사 이름을 지었다가, 외부와 의사소통 시에 답답해서 – 그래서 회사 이름이 뭐라고? – 회사 이름을 주력 제품이나 서비스명으로 바꾸는 경우도 봐왔고, 반대로 제품과 같게 지었다가 성장하는 중에 주력 사업이 바뀌면서 회사 이름이 따로 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초기부터 제품/서비스 브랜딩을 따로 한다는 전제하에, ‘어떻게’를 회사 이름으로 선택할 것 같다. 이후에 ‘무엇을’이 더 명확해지는 때에 회사 이름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조직에 속할지, 어떤 일을 할지 아직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몇 년 전부터 하고 싶었던 잡지를 시작하는 것과 글쓰기와 번역과 관련된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보는 것이 사소한 목표다. 매일 매일 조금씩이라도 코딩을 계속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영화 매트릭스에 이런 대사가 있다.

“Everything that has a beginning has an end.”

좋아하는 문장이지만 더 좋아하는 이 문장을 덧붙이고 싶다.

“The end is just another begin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