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stand-ing

2017-11-30

지난 주 금요일에 있었던 어떤 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프로그래머분이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자꾸 써가며 얘기해서 대화하기가 어려운데, 의사소통을 더 잘 하기 위해 저도 프로그래밍을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움이 될까요?”

나는 프로그래밍을 배운다고 해서 – 프로그래밍도 범위가 너무 넓어서 어떤 것을 배우시겠다는 것인진 잘 모르겠지만 – 프로그래밍을 주 업무로 하는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막연히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픽 디자이너와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 해당 도구를 배우거나 회화를 배워야 할까? 요리사, 건축가, 유료 아이템 기획자나 퍼포먼스 마케터와 더 잘 대화하려면? 잠깐만 생각해보면 단기간에 익숙하지 않은 영역의 정보를 습득하는 것만으로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나아지기를 기대한다는게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원활하게 의사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특정 영역에 속하는 어휘나 표현을 이해하지 못함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려는, 배려하는 자세가 부족한 것이 훨씬 더 크지 않을까.

급여체로 대표되는 직장 내 의사소통에서의 모호한 표현들을 덜어내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 명확하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어떤 일을 왜 하는지, 그리고 지금 이 일 내에서 생기는 물음은 왜 생긴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서로 의논하는 것이 낫지, 서로 전문 분야의 중요성과 어려움만 강조하거나 특정 영역 내에서의 정보량이 많다는 우월감만을 비교해서는 발전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

위와 같은 글들이 계속해서 쓰여지는 것을 보면,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나눈 직군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기본적으로 쉽지 않고,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다만, 이러한 글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다른 영역, 다른 직군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하는 것보다는 본인의 업무에서의 전문성을 키우고, 일반적인 대화 기술의 향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로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인정하고 자기 업무에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더 나은 의사소통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위의 질문을 주셨던 분에게는 이렇게 답을 했다.

“의도를 올바르게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도움이 된다면 괜찮은데, 조금 알게 되었을 때 나 그거 아는데, 라고 섣불리 말하는 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해를 의미하는 영단어 understand의 어원은 under + stand 이다. 항상 누군가가 나보다 나을 수 있다는 생각과 자세를 갖추고 경청해야 나아갈 수 있다.